환경법률센터 칼럼

치료비를 받지 못할까 수술하는 대신 설명서를 내미는 의사가 있다면?

작성자
환경법률센터
작성일
2011-12-19 19:36
조회
912
치료비를 받지 못할까 수술은 안하고 대신 설명서를 내미는 의사가 있다면?
                                                                                    
노원구 월계동에서 발견된 방사성폐기물이 갈곳을 정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고 한다. 인근 근린공원에 무방비로 적재되어 있다가 비난과 우려가 생기자 다시 노원구청 내 주차장으로 자리를 옮기는가 싶었는데 지금은 근린공원에 일부 주차장에 나뉘어 있는 모양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왜 도로를 걷어냈냐며 노원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고, 노원구는 자신은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아니라 발견자에 불과하다며 서로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이 100억을 넘을수도 있다고 하니 선뜻 책임을 자청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책임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 사람이 지도록 하고 있다. 쓰레기를 만들어 낸 사람이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는 뜻이다. 노원구에게 책임이 있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입장은 바로 노원구가 방사성폐기물 발생자로 보아야 한다는 해석이다. 노원구가 방사성폐기물발생자라면 책임도 노원구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원구가 자신의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고 있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아스팔트 도로는 걷어내든 걷어내지 않든 그 자체로 방사성폐기물로 보는게 맞지 않을까. 코 푼 휴지는 휴지통에 들어가든 그렇지 않든 쓰레기이듯이 말이다. 노원구가 자신들은 단지 ‘발견자’일뿐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노원구 입장은 현재 아스팔트에 방사성물질을 혼입된 경위 및 원인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방사성폐기물 발생자를 알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다.  

발생자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이에 대해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누구에게도 책임 없는 것일까? 방사성폐기물이 아닌 생활폐기물을 규율하는 폐기물관리법의 경우를 참고해 보자. 폐기물관리법 역시 발생자가 불명인 경웨 대해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생활폐기물 처리책임은 지방자치단체가 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몰래 갖다 버려지는 쓰레기 처리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맡아서 한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지경부장관이 방사성폐기물처리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그 위험성에서 생활폐기물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을 할 수 없는것처럼 맨손으로 봉투에 넣어서 버릴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때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고,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원자력위원회는 임시보관시설 설계도나 던져 주면서 노원구더러 처리하라고 한다.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중저준위 방사선 폐기물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내렸음에도 방사선 폐기물로 구태여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술 더 뜬다. 수술비 못 받을까봐 걱정한 의사가 수술은 하지 않고 대신 설명서 주면서 의사 아닌 사람더러 수술하면 된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불이 났을땐 우선 불을 꺼야 하고, 아픈 사람은 응급치료가 우선이다. 방화범을 찾거나 치료비를 청구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시정잡배라면 몰라도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정부가 처리비용 때문에 방사성폐기물의 안전 처리를 뒷전으로 미루는 일은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변호사 정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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